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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현 첫 상대하던 날 감동한 '신인' 이재성, 1298일 뒤 'MVP'에 서다
관리자 11/21/2017

[일간스포츠 최용재]


2014년 5월 3일. 전북 현대 '신인' 이재성(25)에게 영원히 잊지 못할 날이다.

전북은 K리그 클래식 11라운드 수원 삼성과 원정경기를 치렀다. 그때 미드필더 '신입생' 이재성은 K리그 미드필더 '전설'로 꼽히는 수원의 김두현(35)을 처음 상대했다. 두 선수는 모두 선발로 출전했고 수원이 1-0으로 승리했다. K리그에 첫발을 디딘 어린 이재성에게 김두현의 모습은 감동이자 충격이었다. 자신이 따라가야 할 모습이라고 상상했다.

20일 '2017 KEB하나은행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만난 이재성은 그때를 이렇게 회상했다. "신인 때 김두현 선배를 처음 상대했다. '정말 잘하는 선수. 대단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특별한 경험이었다."

그로부터 1298일이 지났다. 이재성은 '김두현처럼' 됐다. 올 시즌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MVP를 수상했다. 투표인단 133표 중 69표를 받았다. 득표율이 51.9%다. 경쟁자인 수원 삼성의 득점왕 조나탄(27·49표)을 압도했다. 베스트11 미드필더 부문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이재성은 "이렇게 떨리는 건 처음이다. 정말 감사하다. 이런 큰 상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모든 선수들이 열심히 노력한 결과를 나 혼자서 영광을 누리는 것 같아 죄송하다"며 "최강희 감독님 덕분에 꽃길만 걷고 있다. 또 언제나 묵묵히 응원해 준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또 이재성은 "내가 좋아하는 축구를 하면서 사랑을 받고 있다. 나는 행복한 선수다"고 소감을 마무리 지었다.

공격수 MVP가 판치던 K리그에 미드필더의 자존심을 지킨 것 역시 김두현과 흡사하다. 김두현은 2006년 성남 일화(현 성남 FC) 소속으로 K리그 MVP에 올라섰다. 이 수상이 지난해까지 미드필더가 수상한 마지막 MVP. 10년 동안 공격수가 9번, 골키퍼가 한 차례 MVP에 올랐다. 11년 만에 미드필더 MVP가 탄생했고, 이재성이 그 주인공이다.

MVP까지 놀라운 속도로 질주했다. 이재성의 롤모델인 김두현은 2001년에 데뷔한 뒤 6시즌 만에 MVP에 올랐다. 이재성은 4시즌 만에 일궈 냈다. 전북이라는 최강의 팀에서 신인으로서, 주전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비결은 있었다. 그는 "내가 입단할 당시에 23세 이하 의무 출전 규정이 있었고, 포지션 경쟁자가 다른 곳에 가 있던 상황이었다. 경기를 치르면서 자신감이 높아졌다"며 "전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를 악물고 악착같이 뛰었다. 또 신인인데 끝까지 신뢰를 준 최강희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MVP 이재성이 있기까지 빠뜨릴 수 없는 또 한 명의 선수가 있다. 대선배 이동국(38). 앞선 전북의 4번 우승(2009·2011·2014·2015) 당시 모두 이동국이 MVP를 차지했다. 전북 MVP가 최초로 이동국에서 이재성으로 옮겨 갔다. 이재성은 "(이)동국이 형의 운명이 나에게 왔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이재성은 "신인 때 동국이 형과 룸메이트였다. 동국이 형의 좋은 기운이 나에게 스며들었다"며 " 평생 감사하다. 옆에서 정말 많이 배웠다. 조언도 귀담아들었다. 좋은 후배들이 들어오면 내가 받았던 기를 넘겨주고 싶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K리그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이재성 시대'다. MVP 수상으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MVP가 종착역이 아니다. 그는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이재성은 "앞으로 원하는 목표가 더 많다. 전북과 함께 더 발전하고 성장해야 한다. 자만은 없다. 초심을 잃지 않고 공격적인 부분에서 더욱 세밀한 선수로 거듭나겠다"며 "또 나와 같은 젊은 선수들이 K리그의 흥행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K리그팬들은 잠시 반짝하는 스타가 아니라 김두현·이동국과 견줄 수 있는 또 다른 K리그 '전설'의 탄생을 기다린다. 이재성이 가장 유력한 후보다.

최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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